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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필창
작성일23-10-22 07:35 조회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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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식스 센스

“……어찌 웃으십니까?”

“그 얘기를 꺼내려 저를 찾은 게 아닙니까? 모르는 척을 하는 건가요?”

“예?”

“마약을 얻고 싶어 날 찾은 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

“내 뒷조사를 열심히 하고 다니길래, 당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아사령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아단은 얼른 자세를 고쳐 앉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도방은 상인이니, 내가 해륜국에서 어찌 이렇게 자유롭게 다니는지 알고 있지요?”

“……그게……”

“난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는 상종하지 않아요.”

여단은 옅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압니다. 기도가 끝난 뒤 자유를 얻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대충 안다면, 얘기가 빠르겠어요.”

아사령은 팔로 턱을 괸 채 여단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여단은 깊은 아사령의 눈동자를 보기가 힘들었다. 그녀의 동공은 유난히도 크고 새카맸다.

사슴 같은 눈이 아니었다.

저 눈은 몸을 움츠리고 있는 삵의 눈빛이었다.

‘무서운 여자다…….’

현재, 아사령은 동맹을 위해 얼굴도 모르는 타국의 귀족과 결혼하거나 절에 남아 평생 수양해야 하는 운명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런데 아사령은 혼례도, 수양도 하지 않고 나왔다. 나와서 조선도, 타국도 잘만 돌아다녔다.

그 망할 마약 때문에.

“맞아요. 난 마약을 만들어 지긋지긋하고 따분한 곳에서 벗어났죠.”

“네?”

“표정에서 읽혀요. 지금 날 멸시하잖아요?”

“아, 아닙니다.”

“마약을 원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팔아 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난 자유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요.”

“왜 제게 이런 이야기를…….”

“마약을 팔면 왕께서 기뻐하세요. 해륜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막대하고, 다른 나라의 국력이 쇠하니까.”

“…….”

“그러니까 도방도 내 밑에서 약을 팔면 또 다른 상단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부, 명예 그 모든 걸 가질 수 있어요.”

“아…….”

“내가 당신을 만난 건 당신이 상단주의 딸이라서예요. 계집 따위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단주가 될 수 없을 테니. 기특하잖아요?”

아사령의 말에 여단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난 당신이 아니어도 다른 상단과 거래하면 그만이에요. 그러니 생각 잘해요. 난 기회를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답니다.”

“…….”

“아버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만을 위한 상단이 있으면 좋지 않겠어요?”

“……그럼 공주님께서는 공주님만을 위한 나라를 만들려고 하시는 건가요?”

여단의 거침없는 물음에 아사령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네요. 역시 한양이니까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거겠죠?”

“……무례했다면 송구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나라’를 갖고 싶다고 한다면 그리해 줄 생각입니다.”

“네?”

“아직 도방이 내 사람이 아니니까, 여기까지 말하지요. 그저 난 한양이 좋다는 말이에요.”

아사령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야기를 하며 미소 지었다.

드르륵.

때마침 장미가 술병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빈 술병을 치우고 새 술병을 내려놓았다.

여단과 장미는 시선을 맞췄다. 장미가 고개를 슬쩍 끄덕이자, 여단이 신호를 받고 느리게 입을 뗐다.

“한양이 좋으시다면 그 소문은 들으셨나요?”

“소문? 무슨 소문이죠?”

아사령의 한쪽 눈썹이 높게 올라갔다.

“‘영원’이라는 남사당패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지요.”

“‘영원’이 무엇이지?”

“혹자는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명을 붙이고, 혹자는 남사당패라고 부릅니다.”

“춤을 추는 패거리인가요?”

“다섯 명의 사내가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데 그게 가히 예술입니다.”

“그래요?”

아사령의 얼굴은 다시 시큰둥해졌다. 여단은 아사령이 기도를 마치고 조선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아직 영원에 대해서는 모르나?’

게다가 최혁재가 영원을 해체시키고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지금 한양에서 ‘영원’을 언급하는 이들은 없었다.

모두가 영원과 탐릿을 지우기에 바쁠 뿐이었다.

다들 쉬쉬할 뿐이니 아사령이 모르는 게 당연했다.

장미는 아사령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저도 보았는데, 제가 풍월각의 대행수라는 게 부끄러워질 정도로 아름답더군요.”

“재주가 아주 뛰어난 자들입니다. 특히 ‘세월의 서’라는 노래는 시처럼 아름답지요.”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몇 명의 사내를 보아도 난 흥미가 없거든.”

“그러십니까? ‘영원’의 사내들만큼 훤칠한 사내를 보는 건 드문 일일 텐데요.”

“흥미롭기는 하네요. 두 여인이 그렇게 찬양할 정도로 멋있나 보지요?”

아사령의 말에 장미와 여단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공주님께서는 궐에서 하는 경연 대회를 보시니 곧 아실 수 있겠네요.”

“그렇지. 그날, 경연 대회를 하는군요. 다른 일 때문에 잊고 있었네요. 그래요. 경연 때 보면 좋겠네요.”

아사령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장미가 슬며시 입을 뗐다.

“저희 풍월각에서도 경연에 나가거든요. 그런데…… ‘영원’은 명단에서 사라졌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어머나! 왜요? ‘영원’도 경연 대회에 나간다고 들었는데?”

“글쎄요. 저도 참 아쉬워요.”

아사령은 여단과 장미의 이야기를 듣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훤칠한 재주꾼들의 재주를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재주꾼들의 재주는 늘 거기서 거기니까요.”

“…….”

“그리고 앞으로는 재주꾼들을 위한 경연도 사라질 거예요. 재주꾼들 또한 일해야죠. 노래만 부르고 춤만 출 게 아니라.”

아사령의 말에 장미의 표정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온라인홀덤 재주꾼들을 보느라 일을 못 하면, 그 피해는 누가 받겠어요? 돈을 써야 하는 나 같은 사람이 받지.”

장미는 주먹을 그러쥐었다. 그러나 애써 표정 관리를 하기 위해 입꼬리를 올렸다.

반면 아사령은 장미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한양에서는 재주꾼들의 재주를 보고 힘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결국 장미는 아사령의 말에 반하는 이야기를 꺼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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